어제는 임용 계획을 짜느라 하루를 다 쓰고도 새벽 4시에 잤다.
어린 아이는 고민이 없어서 잠을 잘 잔다고 하던데,
난 대학원 입학 때문일까, 임용 때문일까 불면증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도 집은 잠이 오지 않아도 편안한 공간이다.
불과 일주일이지만 한 달이 흐른 것처럼 집에서의 생활은 그렇게 아늑했다.
오늘은 춘천에 남아 있는 짐을 옮기기 위해 4시간이라도 자고 일어나서 부모님과 함께 차에 올랐다.
춘천에 도착해 대학 주변을 둘러보니 이곳에도 참 추억이 많구나 생각했다.
내 인생의 5분의 1을 이곳에서 보냈으니 그럴만도.ㅎㅎ
모든 짐을 우체국 상자에, 3년 쓴 빨간 백팩에,
고등학교 수학여행 이후로 줄곧 사용해 온 낡은 캐리어에 나눠 담으니
홀가분한 마음과 함께 이제 정말 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모든 끝에는 새로운 시작이 있다는 당연한 사실로 나를 위로했다.
내가 한계령을 넘어오는 길에서 설악산의 풍경에 감탄하고 있을 때,
아빠는 산 하나를 갖고 싶다며 엄마와 얘기를 나누었다.
"산을 가질 수 있다고? 그럼 저 산도 다 누구의 소유야?"
설악산은 안 되지만 작은 산들은 그렇단다.
산을 소유할 수 있다니.
낭만적이다. 멋지다. 를 남발하며 다시 희끗희끗한 설악산을 바라보았다.
나에게 산을 소유한다는 건
바다를 소유하고 별을 소유하는 것처럼
잡을 수 없는 광활한 자연을 소유한 느낌이었다.
보통 소유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 나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함이 큰 데
대가를 바라지 않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소유다.
사실 나는 낭만적으로, 즐겁게 삶을 살고 싶다.
한 번 뿐인 인생이니까, 후회없이, 순간을, 오늘을 잘 사는 게 내 목표다.
그런데 바로 옆에서 낭만적인 삶을 사는 사람이 있었다니.ㅎㅎ
돈 많이 벌어서 우리 아빠 산 한 채(산은 어떤 단위로 세어야 하는걸까?), 나 한 채 선물해야지^^
▲ 아름다운 설악산. 카메라가 눈에 보이는 것처럼 화질이 좋다면 얼마나 좋을까. 등산을 좋아하는 우리 아부지, 대청봉에 갈 수 있는 경로를 차를 타고 내려오면서 계속 알려주신다.ㅎㅎ 따뜻해지면 등산화 신고 대청봉에 도전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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