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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봄씨의 일상

아날로그적 삶을 통해 현재에 집중하기


▲ 최근에 배철수의 음악캠프 20년 그리고 100장의 음반』이라는 책을 샀다. 실천하는 음악인이 되고자 앞으로 이 100장의 음반을 다 들어볼 생각이다. 책의 한 부분을 딱 펼쳤는데, 이 음반이 나왔다. 마침 토요일인 오늘에 토요일 밤의 열기를 느끼고 있다. 디스코의 흥겨움에 어깨를 들썩이며. 

 

 


 






지난주 토요일,

나는 드림클래스 강의를 하기 위해 가평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 버스의 종착점은 수원이었고,

버스 안에서 나는 아이들에게 주기 위해 이마트에서 산 과일과 과자들을 챙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가평에 도착해서 가평중학교에 들어가 수업준비를 할 때까지도 

나는  핸드폰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수업이 끝난 후에야 정말 내 핸드폰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무언가를 잃어버리면 꼭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출처없는 믿음에 사로잡히곤 했는데,

이번에도 그런 믿음 덕분인지 처음 그 사실을 알았을 땐 무척 슬프거나 괴로운 감정을 느끼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곧 이 믿음은 곧 무너져 내렸다.

위치추적을 해보았더니 핸드폰의 마지막 위치가 버스의 종착점이었던 수원의 어느 경찰서 부근이었다.

그래서 그 경찰서 전화번호를 알아내어 공중전화로 전화를 걸었다.

경찰관은 나에게 핸드폰은 분실물로 들어온 게 없다라는 말을 남기며

만약 들어온다면 연락을 주겠으니 연락가능한 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

나는 아빠 번호를 불러주고 예의상으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아, 누가 훔쳐간 것이구나

라고 확신이 들었을 때서야 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지난 일주일.

나의 모든 일정, 메모, 사진, 연락처 등 

나와 나의 관계를 설명하는 그 모든 것들이 순식간에 사라진 허탈감에 패닉상태에 놓여 있었다. 

내가 그 말로만 듣던 핸드폰의 노예였던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선 먹고 보는 나는 

평소에 먹지도 않던 인스턴트 음식들, 단 과자나 초콜릿을 입에 넣고 그것으로 불만을 해소하려고 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세상과의 단절을 받아들이며 아날로그적 삶에 적응해갔다.



매일 아침, 알람없이 일어났다. 다행히 지각은 하지 않았다.

어플없이 노선도만을 보며 지하철을 타보기도 했다. 지하철 안에서는 핸드폰을 보는 대신 책을 읽었다.

그리고 이게 몇 년만인지 공중전화박스에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보기도 했다.

잔돈 몇 십원이 부족해 배고프다 울리는 수화기 소리에 안타까워 하기도 하며.



일주일 간의 아날로그적 생활은 내가 핸드폰 덕분에 얼마나 편리한 삶을 살고 있었는지를 자각하게 했다. 

또한 핸드폰이 제공하는 편의만큼 우리의 의지를 옭아메고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조금 불편했지만 좀 더 자의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던 일주일. 

나는 세상과의 단절이 때로는 우리를 똑똑하게 그리고 풍요롭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그리고 앞으로 가끔씩 무언가에 집중하고 싶을 땐 잠시 핸드폰을 꺼두고 단절의 숲속으로 들어가야 겠다고 생각한다.




내 핸드폰은 지금 수원 우체국에 있단다.^^

주운 사람이 훔치지 않고 우체국에 맡겨주셨나보다. 다행이다!

어쩌면 내자신보다 더 나에 대해 잘 알고 있을 핸드폰을 떠나보내기엔 아직 부끄럽고 무섭다.

이제 핸드폰을 돌려받으면 일정이든 연락처든 물질로서 남겨두는 연습을 해야 겠다. 

그래서 지금은 '또 다른 나'처럼 느껴지는 핸드폰이라는 족쇄를 서서히 풀어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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